그의 차 트렁크엔 사계절 내내 자리 잡고 있는 녀석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낚시채비들... 루어, 찌, 뜰채, 낚시 두레박 등...
그래서 쉬는 날이면 바다로 훌쩍 떠나서 낚시 놀이를 하고 온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바다가 영덕 입니다. 밤에 운전해서 영덕으로 가면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가볍게 바람 쐬러 자주 가곤 해요. 쉬는 날인데 어디 갈 곳도 없고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에게 "바다 보러 가자!"라고 하니 벌떡 일어나서 외출 준비를 하더라고요. 이럴 땐 정말 재빨라요.
따뜻한 커피를 내려서 각자 텀블러에 담고 완전 무장을 하고 영덕으로 향했습니다. 당연히 이 시간에는 도로에 차가 없더라구요. 진짜 전세 낸 거 마냥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리니 속이 뻥~ 뚫리더라고요.
반갑다! 대게야! 영덕 하면 대게가 유명한데, IC 입구 위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대게 조형물을 보세요.
IC를 통과하고 강구 쪽을 향해 달렸어요. 역시나 차가 없어서 밀리지 않고 갈 수 있었어요. 낮에 강구항 쪽으로 가면 차가 엄청 밀리거든요.
첫 번째로 온 곳은 금진 1리 방파제입니다. 이날은 손맛이 그리워서 잠깐 볼락 친구들 보러 온 거기 때문에 안전한 곳에서 낚시 놀이를 해봤습니다.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무섭지도 않고 집어 효과가 있어서 불빛이 비치는 곳엔 물고기들이 모여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물고기는 내 것 아니다 라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내항 방파제 쪽으로 가면서 낚시를 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물결이 생기는 바람에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질 못했어요. 실제론 바다 바닥 쪽에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우리를 농락하면서 놀고 있었답니다. 루어로 꼬셔 봤지만 반응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볼락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방파제 근처로 더 들어와서 집어등을 켜고 물고기들을 불러 봤어요. 볼락은 아닌데 물에 둥둥 뜨는 물고기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루어 미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장소를 옮겼습니다. 돌과 수풀이 있는 곳으로 와서 집어를 해봤습니다. 그러자 루어를 따라오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몇 번의 챔질을 통해 볼락 친구를 만날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반갑더라고요. 보통 낚시하시는 조사님들 잡은 물고기 사이즈를 재실 때 소지품으로 재시는 경우가 많아요. 담뱃갑이라던지 라이터라던지... 저희는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서 그냥 제 손으로 길이를 가늠해 봤습니다.
손을 쫙~ 폈을 때 중지를 기준으로 길이 재 봤더니 17cm였어요. 제 손을 옆에 대보니 중지 두 번째 마디까지 와서 대략 11cm 정도 되었답니다. 작기도 작았고 이 날은 그냥 손맛 보러 온 거기 때문에 잡은 즉시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여기서는 완전 아기 볼락 2마리를 잡고 대략 11cm 정도 되는 볼락 1마리를 낚았습니다.
여기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분야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서 얕은 정보를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눈이 맑고 커서 왕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볼락은 암초가 많고 해초 부근에 떼 지어 삽니다. 연안 쪽에서 루어로 낚시하기 좋은 때는 초겨울에서 초봄까지 많이 잡을 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초여름까지도 손맛을 보실 수 있습니다.
볼락은 낮엔 정박한 배 밑이나 그늘에서 쉬며, 밤이 돼서야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활동을 활발히 합니다. 그래서 밤에 볼락 낚시를 하는 이유랍니다.
볼락은 루어 낚시로 잡는데, 지그헤드라는 바늘에 웜이라는 고무 재질로 된 지렁이, 애벌레 모양의 인공미끼를 끼워서 낚시 줄에 연결합니다. 그렇게 한 뒤 캐스팅을 하는데 미끼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닿은 느낌이 나면 바닥을 긁어 오는 느낌으로 릴을 감아줍니다. 이때 약간의 액션을 취하면 좋아요. 낚싯대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루어에 움직일을 부여하면 볼락이 관심을 보이고 물 수도 있답니다.
참, 말로 낚시를 설명하자니 어려움이 있네요. ^^;;; 그래도 대충 이렇게 알고 난 다음에 실전으로 돌입해서 루어 던져보기, 루어에 액션 주기, 챔질도 해보고 릴도 감았다가 풀었다가~ 이런 연습들을 하고 나면 금방 손에 익으실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의 낚시 이론을 듣고는 이해가 안 됐는데, 직접 해보니 그 말들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낚시의 세계로 인도해준 그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
두 번째로 온 곳은 대부항입니다. 금진 1리에서 위 방향으로 직진하시면 금방 이 곳이 나온 답니다.
여기서 낚시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도 허탕을 치셨는지 차를 타고 가시더라고요.
방파제 근처에 전봇대 조명이 환화게 비추고 있어서 물고기들이 자연스레 집어가 되어 있었어요. 사진 상으로 바다 물결 때문에 잘 안 보이네요. 그런데 장어 같이 생긴 긴 녀석이 물 위에 둥둥 떠있더라고요. 잡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어쩌다 너는 그렇게 되었니... 모순적인 말을 하며 다시 챔질을 해봤습니다.
바닥에 보니 길쭉한 아이들이 놀고 있었어요. 들고 있는 장비로는 잡히지 않는 녀석들이라서 노는 걸 구경했습니다.
이쯤 되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욕심이 사라지더라고요. 내가 너희를 잡은들 무얼 하겠냐면서 혼자 구시렁거리다가 포인트를 옮기자는 그의 말에 벌떡 일어나 차에 탔어요.
세 번째로 온 곳은 창포항이에요. 여기 항 규모가 엄청 컸어요. 그만큼 정박하고 있는 배들도 엄청 많았답니다.
왠지 여기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왠지 볼락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요!
배와 배 사이에는 물고기들이 엄청 많아요. 특히 배 밑에는 물고기 떼들이 쉬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곳도 시도를 하곤 해요. 여기서도 볼락 2마리를 잡았어요. 이 볼락은 엄청 커서 입질이 엄청 강했어요. 초릿대 휠 정도로 힘이 셌던 볼락이었어요.
볼락은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한 마리가 잡히면 연속으로 몇 마리는 더 잡을 수 있어요. 그래서 첫 물고기가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용왕님께서 저의 바람을 들어주신 거 같았어요. ^^;;
여기서 약 10cm 정도 되는 볼락과 정말 작은 볼락 1마리를 잡았어요. 너무 작아서 사진 한 장 찍고는 바다로 돌려보냈어요. 바늘을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그 볼락만의 느낌이 짜릿해서 신기하면서도 좋았어요.
이 포인트에서 볼락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녀석은 잡았을 때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저항도 없고 꺼내고 보니 등지느러미도 착 접혀 있는 게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였어요. 얼른 바늘을 빼고 풀어주니 쌩~하고 물살을 헤집고 가더라고요.
연기를 너무나도 잘했던 볼락 되겠습니다.
이렇게 볼락 뽕을 맞았으니 한동안은 낚시 생각은 좀 덜날 거 같아요.
잡아먹지 않고 바다로 돌려보내 주고 나니 후련하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다음엔 더 커서 만나자~ 볼락아~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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